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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방법(요한 하리) - 집중력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이다.

이녀기 2023. 8. 22. 12:08

다 읽은 날짜: 2023.08.11.~2023.08.21.

 

최근 더 집중하고 싶은데 집중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 자습시간에 자습하던 집중력을 잃은지 오래이고, 짧게 과제에 집중하려 해도 여러 일로 지친 머리는 그때와 같은 집중을 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알라딘에서 책을 살피다가 이 책을 발견해 주제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장바구니에 담아두었고, 다른 책을 살 때 15000원 이상 무료배송 조건이 새로 생겼길래 금액을 맞추려고 같이 샀다.

지난번에 유튜브에서 기록에 관한 영상을 보며, 내 기억력의 감소가 요약하지 않고 통으로 기억하려는 습관 때문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독서에서는 각 장을 읽은 후 다음 장을 읽기 전 해당 장의 내용을 요약했다. 생각나지 않는 부분은 다시 책을 참고하며 요약을 보충하였고, 이러한 요약을 읽으며 아래에 다시 핵심 내용을 정리해봤다.

 

 

현대 사회에는 우리의 집중력을 방해하는 여러 요인이 있다.

테크 기업들의 제품은 우리의 주의를 끄는 것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들의 제품은 우리의 주의를 빼앗고 집중력을 떨어트린다. 그밖에도 우리의 집중력을 손상하는 여러 현대 사회 요인이 존재한다. 저자는 프로빈스타운이라는 외딴 해변에 인터넷 없이 떠나서 3개월 가량 지내면서 집중력을 회복한 경험과, 집중에 관해 여러 사람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

 

멀티태스킹의 단점들(1장)

멀티태스킹은 집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첫째로 전환 비용 효과란 개념이 있어서 하던 일에서 다른 일로 넘어가는 시간, 넘어갔다가 돌아오는 시간이 버려진다.

두번째로 책에서는 폭망효과를 제시한다. 우리 뇌는 하던 일을 어디까지 했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을 신경써야 하는지 다시 점검하는 일에 서투르다.

세번째로 창의력 유출이다. 정보가 과다하게 들어오면 정보를 정리할 시간이 없다. 창의력은 들어온 정보를 정리하며 의외의 연관성을 발견할 때 생긴다.

넷째로 기억 감소 효과이다. 사람들은 멀티태스킹을 하며 어떤 일을 했을 때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적게 기억한다.

 

몰입에 필요한 세 가지 조건(2장)

1. 명확히 정의된 하나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

2.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이어야 한다.

3. 내 능력을 한계 가까이 사용하지만, 내 능력을 넘어서진 않는 일이어야 한다.

 

인상적이었던 내용들

수면부족 또한 현대인들의 집중력을 낮추는 요인이다. (3장)

 

세상을 단편적으로 접하는 경험은 공감능력 발달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긴 텍스트나 긴 텔레비전 시리즈는 공감능력 발달에 도움을 준다. (4장)

 

현대인은 딴생각에 죄책감을 품지만, 딴생각은 집중의 한 형태이다. 딴생각을 많이 할수록 체계적인 목표를 세우고, 끈기있고 장기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딴생각이 필요하며, 딴생각을 많이 할수록 더 창의적이다. (5장)

 

추천 알고리즘은 우리가 심리적으로 더 크게 반응하고, 스크린 타임을 길게 갖는 충격적인 컨텐츠를 추천한다. 스크린 타임을 늘린다는 의도가 파생한 효과이다. 부정적인 것에 더 크게 반응하는 것은 '부정 편향'이다. (7장)

 

스트레스는 사람을 과각성 상태에 빠지게 해서 집중력을 낮춘다. (10장)

 

정크푸드를 비롯한 초가공식품들은 혈당 급상승과 급강하를 일으켜 집중하기 어렵게 만들고, 뇌에서 필요로 하는 여러 영양 성분은 가공 과정에서 손실된다(이에 대한 근거는 이 책에선 부족한 것 같다). 뇌에 마약처럼 작용하는 여러 화학첨가물이 음식에 들어있다. (12장)

 

자신이 무언가에 능숙하다고 여기는 '통달'의 감각이 있을 때 더 잘 집중할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 무능하다고 느낄 때 집중력이 감소한다. (14장)

저자가 집중력을 위해 사용하는 전략들(에필로그)

1. 사전 약속을 통해 지나친 전환을 방지한다. 몇 시간 동안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식이다.

2. 산만함을 느꼈을 때 자책하지 않고 미하이의 가르침을 떠올린다. '지금 어떤 일이 내게 의미 있을까?' '지금 내가 몰입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처럼 자책하기보다 몰입을 추구한다.

3. SNS를 주기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기간을 설정한다. 

4. 딴생각을 내버려둔다. 매일 휴대폰 없이 한 시간씩 산책을 다닌다.

5. 매일 8시간의 수면을 지킨다. 잠들기 2시간 전부터는 전자기기 화면을 보지 않는다.

6. 대자(godson)와 나이 어린 친척들의 삶에 더 깊이 관여한다. 자유롭게 같이 놀거나 집 안에 갇히는 일 없이 어른의 감시 없이 놀게 해서 탄탄한 집중의 기반을 만들도록 한다.

 


 4장까지의 내용은 생각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이후 내용은 비교적 가볍게 읽혀서 요약도 짧아지고, 읽는 데 걸리는 시간도 줄었다. 정리하는 뇌(Organized Mind, 대니얼 J. 레비틴) 등 여러 인지과학 관련 책을 읽기도 했고, 인지과학에 관심을 두고 있는 입장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개인 차원에서의 전략은 딱히 특별하지 않다. 다만 이 책이 가진 특별한 점은 개인이 집중력 문제에 처하게 만든 시스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이다. 

 2장에 나오는 미하이의 몰입에 관한 연구는 흥미롭게 읽었다. 최근에 구글의 신사옥(Google Bay View Campus)이 개인의 몰입을 중시하는 코로나19 재택근무 경험을 반영해서 설계되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몰입이란 키워드, 지난 학기에 수강한 소프트웨어공학개론에서 이야기하는 'in the zone'도 같은 맥락이라 떠올랐다. 나는 이상적인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한 번쯤은 몰입을 경험하길 기대한다. 그래서 몰입에 관한 이야기가 내게 흥미롭게 다가온 것 같다.

 그리고 저자가 니르 이얄과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기술로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기술자의 입장을 책에서 살피면서 내가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한다면 이런 UI/UX에서 윤리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을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개발자도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제시하는 전략이 새롭지 않다고 이 책의 가치가 떨어지진 않는다. 다만, 이미 집중력 문제를 생각해왔고 개인 차원에서 집중력을 높이기 원한다면 다른 책이 더 실용적일 것이다. 집중력에 관해 어렴풋하게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폭넓게 이야기하는 것이 잘 맞을 수도 있겠다.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