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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시골의사(프란츠 카프카) - 인외의 인간

이녀기 2023. 11. 22. 20:31

다 읽은 날짜: 2023.09.07.~2023.09.08.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꺠어났을 때, 자신이 잠자리 속에서 한 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

 

변신 첫 페이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고전 문학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최근 읽고 있는 웹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설가'(피아조아)는 작품소개에 그 도입부를 오마주하였다.

 

어느날 한 소설가가 편치 않은 잠자리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12살의 자신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

 

 초등학교 무렵부터 고전소설을 좋아한다며 소설을 읽던 내가, 그것도 서양 고전 위주로 읽던 내가 카프카를 듣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카프카와 '변신'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들어본 바가 있었고, 그럼에도 나는 주제가 내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읽지 않았다. 해충이 되는 인간이라니, 인간찬가나 자전적 성격의 소설을 탐독하던 내게 카프카의 소설은 퍽 도전적이었다.

 그런 내 생각이 바뀐 것은 최근 헤르만 헤세의 책을 읽으면서였다. 헤세의 책 중 '수레바퀴 아래서'를 수 년만에 읽었는데, 그 때의 감동이 내게 없었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한스가 고향에서 누리던 즐거움을 신학교에 다녀와서 잃어버렸음을 자각한 것을 나 또한 경험했다. 내가 기억하고 그리워하던 헤세의 글은 더이상 없는 것 같았다.

 따라서 지금의 내게는 다른 소설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나는 그 첫번째로 카프카를 선택하였다. 첫째 이유는 '변신'이 유명한 책이라는 점이었고, 둘째로는 카프카가 헤세와 마찬가지로 독문학 작가였다는 점이었다. 다르지만 유사점을 품고 있다면 카프카의 글에 빠질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글을 읽으면서, 카프카는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차가운 이성을 내던진 채 타오르는 정열로 글을 써내린 것 같았다. 대체 이런 글을 어떻게 구조화한 것일까, 그의 찬란한 재능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나? 혹은 두려울 정도로 치밀하게 설계하여서 그의 글이 광기로 보임에도 소설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든 것인가? 여러 생각 속에서, 독자로서 즐겁게 읽었다.

 '변신'은 인간성을 잃고 망가지는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를 그려낸다. 그리고 그를 불쌍히 여기는 여동생과, 그의 부모님을 그려낸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그리워하지만 괴물이 된 아들을 마주하지 못하고, 여동생은 의무감 속에 그를 돌보지만 하루하루 지쳐간다. 주인공은 괴물이 된 채 인간성을 잃고 동물적 본능에 이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끝내 죽은 주인공을 발견한 그의 가족은 시름에 잠기는 것이 아니라 휴일을 선언하고 여행을 떠난다. 그의 죽음과 가족의 여행이 비극적임에도 비극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그만큼 카프카가 글을 잘 썼기 때문이다. 변신은 긴 글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책에는 시골의사를 비롯해 여러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그의 글은 전반적으로 광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 광기가 무질서하지 않고, 인외의 존재를 치열하게 탐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굴'이라는 글에서 그런 그의 탐구심이 두드러진다.

 그의 책에서 내 삶의 태도를 발전시킬 순 없었지만, 글 자체로 읽는 재미가 있는 글이었다. 흥미롭다면, 그의 탐구심에 흥미를 가졌다면 문학으로써의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에서 읽은 후 햇살이 좋아서 찍은 사진